▲ 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무룡중 -2학년- 김윤빈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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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무룡중 -2학년- 김윤빈
공정한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
무룡중학교 2학년 김윤빈
"준비
"시작!"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시작했다. 토끼는 차분히 결승점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거북이는 마음과는 달리 토끼에 비해 턱없이 느린 걸음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라는 책에 나오는 육지동물인 토끼와 해상동물인 거북이의 불공정한 달리기 시합 이야기이다. 결론은 토끼가 게으름을 피우느라 거북이가 먼저 결승점에 들어와 우승했지만 사실상 이 경주는 출발선부터가 잘못되었다. 공정한 시합이 되려면 토끼는 육지에서, 거북이는 바다에서 출발했어야 했다. 출발선부터 공평하지 않은 이 경주처럼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인생을 살아가는 길고 긴 경주의 출발선은 참으로 불공평하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친구들과 모여 같이 등교를 할 때면 항상 어떤 엄마와 키 큰 아들이 팔짱을 끼고 우리 학교 앞 횡단보도 쪽에 서 있었다. 처음에는 사이좋은 엄마와 아들이네. 라고 생각했지만 고학년이 되어서야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서로의 팔짱을 꼭 끼고 다녔는지 알게 되었다. 그 오빠는 지체 장애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의사 표현은 물론이고 자신의 몸도 혼자서는 잘 가누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장애인 전문학교인 해인 학교'에 다녔는데 같은 시간 학교 버스를 기다리느라 늘 나와 마주쳤던 것이다. 그 후로는 그 오빠 말고도 또 다른 언니와 그녀의 엄마가 나란히 그곳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지체 장애는 없는 듯 보였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과 다소 초점이 안 맞는 눈빛이나 얼굴 표정으로 지적 장애인임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거의 없었고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기 때문에 장애인의 복지나 사회적 차별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해인 학교' 때문인지 나는 장애인을 자주 접했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기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시선은 관심보다는 단순한 호기심에 가까웠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만났던 오빠와 언니에게 쏟아지던 사람들의 힐끗거리는 시선과 수군거리던 말소리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마 당사자들만큼이나 그들의 엄마들 가슴에는 더 큰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을 향해 "그만 쳐다보세요. 그리고 수군거리지 마세요."라는 말 한 마디를 왜 못했는지 내내 후회가 된다.
그런데 내가 중학생이 된 후로는 그들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예전과 비슷한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넜고 해인 학교의 버스도 그 시간에 지나갔지만 우리는 여태 마주친 적이 없었다. 아마도 오빠와언니의 나이를 짐작했을 때 해인 학교를 졸업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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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느 대학교로 진학했을까?' '대학교에서는 차별받지 않고 잘 생활하고 있겠지?
이런저런 궁금증만 커질 뿐이다. 하지만 어쩐지 내 바람과는 달리 대학교 내의 불편한 시설들과 비장애인 위주로만 짜여진 학습 시스템과 부정적인 인식들로 인해 순탄하지만은 않은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아니면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한 건 아닐까라는 염려도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교육기관 중 대학은 장애인을 위한 맞춤 시설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장애인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님들은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러 생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일반 초등학교에 보내시기를 원한다.
그렇게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학교에 다니면서 불편을 겪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상처받는 아이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겪으며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장애인 전문 교육기관이 초등에서 머물지 않고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연계가 될 수 있도록 학교시설이 확충되는 것이 더 먼저이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역차별에 대한 항의처럼 부정적인 여론으로 쉽게 시행할 수는 없겠지만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장애인만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비장애인이 다니는 대학에도 장애인을 위한 베리어 프리존(barrier free zone)은 지금보다 더
넓게 마련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직업군이 더 많아질 것이다. 지체장애인 중에는 재택근무 환경에서 더 큰 역량을 발휘할 만한 인재들도 많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차별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그들의 교육권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
우리 사회가 토끼와 거북이의 불공정한 경주'처럼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에게 더 유리한 교육환경과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그들에게 주어지는 장애인 고용 보장제 와 같은 최소한의 배려에도 역차별을 외치고, 공정한 경주를 하자고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당연시 되어야 할 것이 무의미한 것이 되고, 당연시 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유의미한 것이 된 이 불공정한 사회를 바꾸는 데에는 꾸준한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을 통해서 기회의 공정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다. 조금의 자이로 평생을 차별받고 사는 장애인에게 이미 지나온 출발선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결승선만큼은 토끼와 거북이가 동시에 들어와 완주의 기쁨을 다 같이 나누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무룡중 -2학년- 김윤빈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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