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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유가중 -2학년- 김보민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기사입력 2023/06/15 [17:56]
중학생 산문 부문 최우수상(대구광역시의회의장상)

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유가중 -2학년- 김보민

중학생 산문 부문 최우수상(대구광역시의회의장상)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입력 : 2023/06/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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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유가중 -2학년- 김보민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유가중  -2학년- 김보민
 
비온 뒤 뜬 무지개
 
유가중학교 2학년 김보민
 
그 아이를 피하는 반 친구들의 눈빛에 난 불편해졌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이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선생님은 당황하셔서 어쩔 줄을 모르고 그 아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갔다.
때는 조별과제 모둠을 정하는 날이었다. 모둠 추첨을 통해서 정하기로 했다. 나는 조별과제를 나의 모둠이 가장 잘 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 그 아이와는 같은 모둠이 되면 안 된다. 난 마음속으로 온갖 신께 빌었다.
'제발,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꼭 모둠이 잘 만들어지게 해주시고 제 모둠이 1등 하게 해주세요.?
두근거리는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운명의 종이를 뽑았다. 펼쳐보니 3모둠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3모둠 쪽으로 눈을 돌리곤 난 작게 탄성을 질렀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과 같이 모둠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 얼굴엔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고, 그 친구들 또한 안심하는 눈치였다. 나도 공부하면 꽤 인정받는 축에 속했기 때문이다. 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으로 기세등등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다시 불안에 빠졌다. 아직 그 애가 어떤 모둠에도 속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바짝 긴장했다. 선생님도 그 분위기를 아시는지 그 애에게 물었다.
몇 모둠이니?"
그 아이는 속삭이듯 대답했다.
사..사람.
아불싸, 난 실망한 표정을 겉으로 티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얼른 친구들의 표정을 살였다. 역시나 다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른 모둠 아이들 중 몇몇은 킥킥대며 웃기까지 했다.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던 탓인지 진이 쭉 빠졌다. 그 아이는 굳어있는 우리의 표정과 싸늘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몸을 배배꼬면서 손가락을 불안한 듯이 만지작거렸다. 쉬는 시간이 되고 조장이 된 친구는 그 아이를 제외한 모둠원들을 화장실로 불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멀뚱거리고 있자 조장인 친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우리 모둠 걔만 없으면 완벽하든? 하, 발표할 때 걔가 말 더듬을 거 생각하면 벌써
부끄러워
조장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나는 화장실에 누군가가있을까봐 화장실 칸 쪽을 힐끔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이 부정적인 말을 하자 마치 전염병처럼 너도 나도 그 애를 향한 좋지 않은 말들이 비처럼 쏟아냈다. 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같이 인상을 쓰며 비를 내렸다. 그 비는 부슬비에서 소나기로 바뀌었고, 결국 폭풍이 몰아친 뒤에야 멋었다. 하지만 그 기분 나쁜 축축함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조가 정해지가 난 후, 우리의 모둠활동이 시작되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떤 활동을 하던지 철저히 그 아이는 제외되었다. 그 아인 수업시간 내내우리가 하는 걸 멀뚱히 보고 있거나 천장을 쳐다보거나 창밖을 보면서 딴 짓을 했다.
 
난 선생님이 우리 모둠으로 다가오실 때마다 계속 눈치를 봐야만 했다. 이렇게 2주 동안 눈치를 볼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머리 아픈 일은 그것 뿐 만이 아니었다. 조별과제에 우리학교의 가장 아름다운 곳의 풍경을 그려오는 것이 있었다. 우리 중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물감보다 잉크와 흑연에 익숙하기 때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그림은 포기하기로 하고 대충 그린 후 선생님께 1차 과제를 검사받으러 갔다.
 
선생님은 역시나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우린 모두 미소를 머금고 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있던 중 갑자기 쿠당탕하며 무엇인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물감을 닦아낸 물이 모든 종이들을 적신 상태였다. 모든 아이들의 이목이 우리에게도 집중되었고 그 애는 고개를 이리 저리 흔들며 몸을 웅크린 채
"내내내 가아 그런거 아니이예에요오."를 반복했다.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달려가서 괜찮다고 다 알고 있다면서 개를 데리고 반 밖으로 나갔다. 우린 허탈하고 믿기지 않아서 조심스레 자리로 가보니 역시나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미리 해왔던 자료들은 탁한 물감의 색 때문인지 글씨를 알아볼 수 없었고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그 다음 과제 준비물들은 모두 젖어서 물이 뚝뚝흘렀다. 아이들은 구경이라도 난 것 마냥 너도 나도 우리 모둠으로 와서 기웃거리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툭 내뱉고 다시 제자리로 갔다. 난 울컥 짜증이 치솟았다.
 
내가 뭘 그리 잘 못해서 그 애가 저지른 실수를 수습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선생님이 나간 지 15분쯤 되고 우리가 청소를 다 마무리 할 때쯤이 돼서야 선생님이 돌아오셨다.
선생님은 우리를 보곤 교무실로 오라고 했다. 모두들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교무실로 향했다.
 
선생님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입을 여셨다.
얘들아, 선생님이 청소를 도와줬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물이 꽤나 많이 쏟아졌던데 자료들이 많이 젖었니?"
우린 고개만 끄덕일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반으로 가려는 나를 모둠원들 모르게 살짝 부르셨다.
너도 알겠지만 사람은 모두 실수를 하잖니? 그 애도 고의는 아니였을거야, 그러니 친구들 기분 좀 풀어주렴
난 알겠다고 말하고 반으로 돌아갔다.
힘든 하루가 마무리되고 아까 씻지 못한 물통과 붓을 가지고 가려는 순간 아무것도 없어야 할 물통 안에 무언가 들어있었다. 그 안에는 지우개가 들어가 있었다. 물기 묻은 지우개를 살펴보니 우리 반 아이의 이름이 써져 있었다. 난 알게 되었다. 쿠당탕 소리가 들리기 전의 탁! 하는 소리의 정체를. 지우개 주인인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네가 지우개를 던졌었냐고. 그 친구는 순순히 그렇다고 했다. 난 전화를 끊고 의자에 털썩하고 앉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누가 그랬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모두가 그 아이가 그랬을 거라고 단정 지었다. 그 누구도 그 아이를 믿어주지 않았다. 그 사실을 바로 선생님께 전하진 않았다. 비까지 오는 바람에 그냥 오늘은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그 다음날, 난 선생님께 진실을 말씀드렸고, 우리는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조장인 친구는 그 사과가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했는지 카톡 방에서 모둠원들과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난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 비를 내리는 존재가 아닌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되고 싶어졌다. 우산인 척 하는 구멍 뚫린 우산이 아닌 든든한 우산이, 난 그 단톡방을 나왔다. 다시는 저 무리에 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복도에 나오니 누군가 창밖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슬며시 다가가서 보았더니 운동장에서 뛰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었다. 그 아이였다. 그 아이의 그림을 생동감이 있었지만 미묘하게 어두워졌다.
왜 저 아이들을 그리는 거야?"
"그냥 즐겁게 노는 모습이 좋아서."
난 그 말을 듣자 알았다. 저 모습이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친구들과 즐겁게운동하는 모습들이 참 흔하면서 특별한 것이 되겠구나 했다. 난 호그려 앉아서 멍하니 구경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햇빛이 짝 나면서 무지개가 했다. 그 아인 좋아라하면서 내 손을 잡곤 방방 뛰었다. 난 약간 놀랐지만 그냥 같이 웃었다. 햇빛과 무지개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그 아이의 그림에 밝은 햇살과 예쁜 무지개가 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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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유가중 -2학년- 김보민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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