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식개선교육 )중학생 산문 부문 최우수상(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상)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한라화정중 -3학년- 오정후(장애인인식개선교육 )중학생 산문 부문 최우수상(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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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한라화정중 -3학년- 오정후
빨간 점
한라중학교 3학년 오정후
초등학생이었을 때. 나는 반이 바뀌는 걸 싫어했다. 반이 바뀌면 나와 잘 맞는 친구들을 또다시 만드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막 고학년이 되었을 무렵, 나는 나와 나름대로 잘 맞는 애를 만났다. 그 애를 처음 만난 것은 급식실에 가기 위해서 줄을 설 때였다. 그 애 뒤에 서게 된 나는 심심해서 그 애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 애는 조용하게 '호식'이라고 대답했다. 그 애와 몇 마디를 나누고 다시 줄을 서며 급식실로 가려할 때, 나는 호식이의 머리카락 사이에 빨간 점이 깜박거리는 걸 보았다.
호식이가 내 앞 번호였기 때문에, 나는 줄을 설 때마다 호식이 뒤에서 저 빨간 점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했다. 처음에는 내 눈이 나빠서라고 믿었다. 하지만 자꾸 빨간 점이 등대처럼 깜빡여대자 나는 호식이의 뒤통수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귓등에 갈고리 모양의 장치가 뒤통수에 연결되어 있었고, 그것들이 함께 빨간 빛을 만들어내는 거였다. 이걸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애가 사이보그인가? 물론 아무리 봐도 그건 내 생각이 너무 앞서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장치를 모른 체 하기로 했다
며칠 후, 선생님은 반 아이들 앞에서 호식이가 사실은 난청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앞 다투어 호식이와 난청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선생님께선 난청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거라 하셨다. 덧붙여 호식이는 다른 것일 뿐 우리와 똑같은 학생이라며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그리고 호식이 몸에서 빨간 점은 보청기의 장치라는 사실도 알려 주셨다.
사실, 그 뒤로는 나와 호식이가 부딪히거나 사건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호식이와 모둠활동 같은 학교 수업 때마다 같은 조에서 자주 했고, 서로 죽이 잘 맞아서 쉽게 친해졌다. 나는 그 애를 장애인이 아니라 그림 잘 그리는 친구도 생각했다. 빨간 점이 깜박일 때마다 잠깐씩 호식이의 난청이 있었다는 걸 기억했지만 그날그날의 사건들 속에서 쉽게 잊혀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호식이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실없는 잔소리나 하면서 급식실에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식이가 당황해 하기 시작했다. 다가가서 보았지만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때, 나는 평소에 호식이의 머리에서 보이는 빨간 점이 없어졌다는 걸 알아챘다.
호식이의 보청기가 방전되어 꺼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실은 오히려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는 호식이에게 표정은 무뚝뚝하거나 진지해 보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별은 파스타라는 식의 아제개그를 쳤다. 호식이의 빨간 점이 꺼지자 내 마음속의 경고등도 꺼졌던 것 같다.
그때,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나도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으면서 사건은 흐지부지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종종 미안해지는 일이다. 그때는 왜 그런 장난을 쳤는지 많이 후회했다. 매년 '장애인의 날'에 학교에서 틀어주던 수많은 영상들에서 나오던 무지한 비장애인의 행동을 실제로 내가 했다는 게 창피했다.
물론 후에 이런 일을 다시는 안하겠다고 약속했고, 호식이를 존중하면서 졸업했다. 이 일로 나는 친구의 단점을 가지고 놀리지는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가끔씩 학교에서는 몸이 힘들거나 다친 애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생각해보면 나도 눈이 좋지 않으니 몸이 건강한 것만도 아니다. 이런 걸 보면 모두가 호식이처럼 빨간 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빨간 점은 여드름이거나 알러지, 아니면 보청기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빨간 점을 단점으로 느끼거나 장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개성이나 장점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솔직히 나는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만한 지식이나 자신감은 없다. 사실, 지금 내가 호식이의 이야기를 밝혀도 되는지조차 헷갈린다.
그러나 내가 호식이와 함께 어울리고 지금도 가끔씩 말하면서 느끼는 한 가지는 사람이면 누구나 발간 점이 있고, 그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뿐이다. 이건 장애인,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도 통용된다. 그리고 장애인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하면 된다.
서로를 사람답게 대하면, 장애인을 동정할지 비웃을지 선택할 이유가 없다. 크게 보면 우리는 모두 빨간 점을 가졌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