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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 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광주화정중 -2학년- 김예은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기사입력 2023/06/15 [17:14]
중학생 산문 부문 최우수상(광주광역시교육감상)

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 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광주화정중 -2학년- 김예은

중학생 산문 부문 최우수상(광주광역시교육감상)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입력 : 2023/06/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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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 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광주화정중 -2학년- 김예은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광주화정중  -2학년- 김예은
 
유진이와 나
 
광주화정중학교 2학년 김예은
 
어렸을 적. 난 장애인과 1년 동안 생활한 적이 있었다.
때는 11살의 쌀쌀한 가을로 4학년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방화의 아침마다 상무지구에 있는 꽤나 이름난 유명한 학원에 다녔는데, 나의 집과 꽤나 먼 거리였던지라
나는 언제나 집 앞 슈퍼에서 학원버스를 기다렸다.
당시에 우리 집사람들은 모두 맞벌이를 하고 있었으므로, 할아버지가 아침에 날 챙겨서 학원에 보냈는데,
어린 시절의 나는 할아버지가 묶어주는 하나로 꽉 묶은 말똥 머리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은 모두 발간 머리 앤처럼 정성스레 머리를 땋아오거나, 보석과 큐빅이 큼지막하게 달린 머리끈으로 말괄량이 삐삐머리를 해온 반면
나는 집안에 굴러다니는 칙칙한 노란색 고무출로 머리를 묶은 데다가, 할아버지가 손재주가 좋지 않았던 탓에
나의 머리카락은 몇 분 만에 잔머리가 튀어나왔으며, 고무줄로 묶은 머리를 풀 때 머리카락이 고무줄에 붙어서 뜯겨지기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나는 할아버지가 묶어준 말똥 머리를 하고 학원버스를 기다렸다.
난 언제나 버스를 기다리며 구구단을 외웠는데, 언제나 4급하기 8이 기억이 나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4곱하기 8은 32.라고 염불을 외우듯이 중얼댔다.
내가"4곱하기 8은 32.1를 다섯 번 정도 말했을 때, 무언가가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가 나며 아이가 나타났다.
그 아이의 자줏빛 카디건에는 각기 다른 색의 색종이로 만든 쫓송이가 다섯 개 정도는 붙어있었으며, 구두는 눈에 확 띄는 형광 핑크에 걸어 다니면 불빛이 나와 번쩍거렸고, 머리카락은 밝은 갈색으로 염색하고 마치 동화책 공주의 머리카락처럼 찰랑이는 곱슬머리를 체리 모양의 보석이 박혀있는 머리끈으로 묶고 있었다.
 
 
그아이는 나의 바로 옆에 우뚝 서서 앞만을 주시했다.
나는 그 아이를 몇 분 훑어보다 이내 그 아이가 떨어트렸다고 추정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분홍빛의 커다랗고 귀여운 폰트로 [요술공주 미미의 노트]라고 적혀진 데다가 바비인형 같은 공주들이 그려져있는 노트였다.
노트의 한쪽 모서리에는 검은 네임펜으로 흐물흐물하고 찌그러진 글씨로 [신유진]이라는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주워들고는 분홍빛 그 아이에게 작게 말했다.
이거 네 거야?
그 아이는 나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앞만을 보고 있었다. 나는 아이가 나의 말을 듣지 못했겠거니 생각하며 더 크게 그 아이를 불렀다.
"이거 네 거야???"
내가 큰소리로 불렀음에도 아이는 나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며 앞을 계속해서 주시했다. 이제 나는 아이가 내 말을 못 들은 체하는 것에 조금 화가 나고 있었으며,
다시 한번 더 크게 말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 아이의 것이라 추정되는 노트를 동생에게 줄
것이라 다짐했다.
'이거!!네 거 아니냐고!!!"
내가 온 힘을 다해 크게 소리를 지르자 비둘기들이 하나 둘 소란스럽게 날아갔으며, 작은 치와와를 산책시키고 있던 배불뚝이 아저씨가 나의 목소리에 잠시 섬뜩하더니 이내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 아이는 여전히 나를 보지 않고 앞만을 주시했다. 난 그 아이가 실은 조각상이 아닌가 의심한 뒤 아이의 품에 공책을 던지듯이 주었다
네 거지?? 내가 착하니까 주는 거지, 다른 애들은 안 준다??"
 
내가 괜히 화가 나서 온갓 생색을 다 내며 그 아이에게 공책을 돌려주자, 그제서야 그 아이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 아이는 나와 공책을 번갈아서 보더니 이내 주머니에서 연필을 한 자루 꺼내 공책에 재빠르게 글을 써가기 시작했다.
공책 줘서 고마워. 내가 귀가 안 들려서 네가 말하는 줄 몰랐어.]
빠르게 쓰느라 잔뜩 찌그러져 알아보기 힘든 글씨를 돌연 보여주며 아이는 나에게 생긋 웃었다. 내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한번 노트에 아주 빠르게 글을 써 내려갔다.
[나랑 같이 글로 이야기하자. 나는 신유진이야. 너는?
나는 박예은이야.]
나와 유진이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버스가 오는 10분 동안 필담을 나누었다.
약 10분여 남짓의 그 필담은 유진이의 많은 것을 알게 하였다. 유진이의 엄마는 미용사로 유진이의 머리카락을 염색해 주었고, 유진이는 공주중에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가장 좋아했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기에는 유진이는 너무나도 평범한 11살의 어린이였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공주를 좋아하는 그저 사랑스러운 11살 꼬마 아이에 불과했다.
그 이후로 유진이와 나는 굉장히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되었다. 유진이가 해주는 동화 속의 공주 이야기들은 언제나 재미있었으며, 유진이와 필담 중에 그리는 자잘한 낙서들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유진이와 함께했던 추억들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으나, 그중에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것이다.
그날은 유진이가 나에게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필담을 하며 온통 찌그러져서 읽기 어려웠던 유진이의 글자들은 어느새 반듯하고 깔끔해져 한눈에 보기 쉬워졌고, 여기저기 오탈자들이 넘쳐났던 나의 글자들은 점점 단 한 개의 오타도 없이 띄어쓰기와 맛춤법 모두 지켜져있었다.
 
[신데렐라야, 12시가 되기 전까지 꼭 돌아와야 한다.]
그렇게 유진이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듣던 중, 나의 머리카락을 고정하고 있었던 고무줄이 뚝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것을 본 학원의 아이들이 나의 몰골을 보고 키득키득 웃어댔다. 나는 순식간에 나빠져버린 기분을 뒤로하고 그저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손으로 빠르게 빗어댈 뿐이었다.
유진이는 그것을 보고 나의 뒤로 다가가더니 머리카락을 뜯어낼 듯 거칠게 빗고 있는 나의 손을 살포시
아래로 내리고 본인의 손으로 천천히 빗어대기 시작했다.
유진이는 마치 야생마를 천천히 길들이듯 나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담으며 빗어주었고, 그 결과 나의 머리카락은 흡사 사자를 생각나게 하는 산발에서 벗어나 단정한 긴 머리로 돌아왔다.
유진이는 돌연 자신의 머리카락을 묶고 있던 체리색 머리끈을 풀어 나의 머리카락을 묶기 시작했다.
나의 머리카락이 체리색 머리끈으로 묶여진 뒤에는 유진이는 나의 머리카락을 세 갈래로 나누어
천천히 나의 머리를 땋기 시작했다.
유진이의 화려한 손놀림이 끝난 뒤, 난 예쁜 댕기머리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예쁜 머리를 해보았다는 기쁨에 노트에 빨리 나의 마음을 적어냈다.
[유진아! 너무 멋지다! 고마워!!
[아니야. 그냥 묶어주고 싶었어. 머리끈은 네가 가져도 괜찮아.]
나는 고마워하는 나에게 상냥하게 웃는 유진이의 얼굴을 보고 깨달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같다는 것을.
처음에 나는 장애인을 도와주어야 할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들은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주성을 가지고 있으며, 받은 배려를 똑같이 되돌려줄 수 있는 힘이 있고, 누군가의 배려에 고마워할 수 있고, 그 배려를 다른 사람에게도 실천할 수 있는, 그저 우리와 같은 사람인 것이다.
 
유진이와의 만남은 겨우 1년 정도였으나 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장애인은 우리가 보살피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장애인은 그저 몸이 조금 불편할 뿐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편협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불쌍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장애로 인해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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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 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부문 ] - 광주화정중 -2학년- 김예은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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