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산문 부문 최우수상(인천광역시장상)
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 인천목향초 -6학년- 최은율초등학생 산문 부문 최우수상(인천광역시장상)(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제24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산문] - 인천목향초 -6학년- 최은율
함께 더 멀리가요
인천목향초등학교 6학년 최은율
봄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물 한 잔의 여유를 맛보고 있는데, 창문 너머 분리수거하는 곳에서 울음소리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 궁금해 분리수거할 것을 챙겨 엄마와 급히 소리 나는 쪽에 가보니 수거함 속 비닐들을 꺼내는 한 언니의 모습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소리치는 경비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자 그 언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고 경비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더 커져갔다. 사실 그 언니는 우리 아파트에서 여러 번 본 언니다. 지나가는 남자 학생들만 보면 '오빠라고 말해 남자아이들이 다들 피한다. 또한 비닐봉지를 한 묶음 손에 쥐고 혼잣말하며 아파트를 돌아다녀서 동네 사람들도 모두 피한다. 나 역시 그 언니를 처음 봤을 때는
'엄마 아빠는 뭐하고 있지? 왜 저렇게 돌아다니게 놔둘까?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그런데 엄마에게 그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의문이 풀렸다. 낳아준 엄마는 장애아이를 키우는 것에 지쳐 이혼 후 집을 나가 아빠와 할머니랑만 살고 있다 한다. 처음에는 일반학교에 다녔는데 왕따를 심하게 당해 특수학교로 옮겼지만 적응을 못해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몇 년째 집에 있다고 했다. 보호자인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고, 또 다른 보호자인 할머니는 건강이 안 좋으셔서 거의 방치 수준이라 하루 종일 밖에 돌아다닌다고 말씀해주셨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 한쪽이 먹먹했다. 말할 대상이 없어서 혼잣말하고, 사랑을 못 받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르고, 무관심 때문에 하루 종일 밖을 걸어 다닐 수밖에 없는 그 언니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파왔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나 공감이 전혀 되지 않으니 가는 곳마다 불청객이고 따가운 시선들만이 반길 뿐이다. 이러한 대접을 받은 동네언니를 보니 사촌언니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초등학교 6년 내내왕따와 선생님들의 무관심을 받으며 힘겹게 졸업하고, 올해 일반 중학교에 입학했다.
사실 경계선 장애를 갖고 있어서 환영받으며 학교생활을 하지 못한다. 가까이 살고 있지 않아 가끔 문자하는 것 말고는 우리 가족이 도울 길도 없다. 장애를 가진 딸로 인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 이모는 죽을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이모는 힘들게 하던 친구들도, 그 아이들의 부모들도 한 살 더 먹었으니 딸의 부족함을 이해해 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또한 딸에게 중학교 교복 한번 입혀주고 싶어서 밀림 같은 중학교에 큰맘 먹고 보냈다 한다.
그러나 현실과 편견이라는 장벽은 너무나도 거대하여 힘들었던 초등학교의 연장선처럼 중학교 생활도 사촌언니는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한편으로는 내가 만약 언니 반 친구들 중 하나였다면 과연 어떤 시선으로 언니를 바라봤을까? 다 같은 사람인데 비장애인, 경계선장애인, 장애인 내 맘대로 구분 지어놓고 그들의 삶을 차별하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전국에 있는 학생들은 장애이해교육을 받는다. 2022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올해도 어김없이 장애이해교육을 받았다. 나를 비롯해 친구들 대부분이 항상 그래왔듯 공감하기보다는 동정심으로 영상을 보고 감상문도 쓴다.
하지만 두 명의 언니들의 모습과 형편을 알고 마음 아파하며 나를 돌아보고 있는 와중이라 그런지, 올해 장애인의 날'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제는 이러한 교육이 나와는 상관없고 고리타분한 교육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장애인의 날'을 1년에 한 번씩이라도 기념하다 보면 시간은 아주 많이 걸리겠지만 결국 그들을 향한 시선이 조금씩은 달라지겠다는 점을 깨달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이러한 교육을 '장애인의 날'에 한 번만 형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하여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주면 어떨까 하는 작은 소원이 생겼다. 이렇게 교육하면 학생들의 굳어진 생각들도 자연스럽게 바뀌고, 장애인과 더 멀리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엄마가 장애인을 낳아도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걱정하지 않게 되는 날, 서로 다름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사람임을 인정하며 품어주는 날들로 가득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세상이 되길 당차게 꿈꿔본다.
그래도 우리는 꿈입니다 <저작권자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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