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식개선신문)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을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ESG 경영의 움직임이 함께 커지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으로 불리기도 하는 ESG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오늘도 ESG 이슈를 마주하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뉴스를 통해 벌어지는 사건 사고부터, 환경을 생각해 분리배출 하는 노력, 아이들에게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려는 어른들의 마음, 가정과 일터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제도,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성숙된 시민 의식,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청렴성과 양심을 요구하는 국민 또는 고객들의 외침 등 ESG는 조용히 그리고 깊이 우리들의 일상에 들어와 시대 흐름을 바꿔 나가고 있다.
ESG란 기업의 재무적 가치 뿐만 아니라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 관한 비재무적 가치까지 고려한 투자 방식을 의미하며, 각 키워드의 앞자리를 따서 ESG로 명명하였다.
투자자 입장에서 큰 돈을 중장기적으로 안전하고 믿을 수 있으며, 수익도 보장하는 기업들을 찾다 보니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사결정자의 태도와 방식)라는 공통점이 발견된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앞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준비가 없으면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는 것은 물론, 기업으로써 경쟁력도 잃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과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난이 거듭되며 지금까지는 ‘환경’에 관한 관심이 대두되고,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과 친환경 마케팅이 강조되었다. 그리고 이런 산업의 흐름에 맞춰 많은 소비자들이 환경 보호와 보전에 대한 자발적 실천과 인식이 성숙되고 있다. 이제는 환경 친화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만큼 기업도 이를 기업 문화와 경영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이다.
ESG의 환경 부문이 안정기로 들어서고 있는 만큼 ‘사회’ 부문에서의 시도와 인식 수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회 부문에서 대표되는 키워드는 인권, 안전(생명), 노동인데 이 세 가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영역이 ‘장애인’이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의 94% 정도가 성장 과정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후천성 장애이다.
그 중 상당 수는 일터에서 다치거나 질병에 의한 산업재해 피해자들이며, 산업재해가 아니더라도 기업의 비윤리적인 경영 방식과 태도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처럼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질수록 기업이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소비자들은 더욱 엄격한 잣대를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ESG와 장애인, 더 나아가 장애인 고용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나갈 것인가에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인권을 가지고 존중 받아야 할 생명으로써 그들의 삶을 지금보다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자신의 역량과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역할로써 그 존재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에 기업은 ESG와 관련해 ‘장애인’을 조직 구성원으로써 볼 것인지, 소비자로 볼 것인지 크게 두 가지 노선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장애가 있는 지원자를 위해 기업의 모든 인프라를 부족함 없이 구비하고 개선하는 것이지만, 의지와 다르게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장애인 고용에 대해 마음은 있으나,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신입 사원이 아니라 해당 산업에 경험과 전공을 가진 경력직 고용을 권장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부담스러운 일 중에 하나가 신규 입사자를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10명의 장애인 중 9명은 후천적 장애이다. 이미 관련 전공과 경험이 있음에도 장애인에 대한 고용의 기회가 없어 경력이 단절된 경우도 상당하다. 경력직 장애인 고용은 기업과 장애인 당사자 간 서로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상쇄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만약 직접 고용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고정적으로 나가는 소모품과 유지관리 서비스를 장애인 고용 목적의 사회적 기업으로 교체함으로써 간접 고용에 기여할 수도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카페나 편의점, 사무실 식물 관리와 청소 용역 등을 장애인 일자리를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에게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장애인 체육선수단이나 아티스트의 후원사로써 협력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고용에 관심이 없거나 부담스럽다면 우리가 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장애인 고객들에게 친절한지 고객 접점을 점검해 보길 바란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우리의 제품을 사용할 때에 위험하진 않는지, 우리가 열심히 공들여 만든 광고와 카드 뉴스를 비롯한 많은 콘텐츠들이 시각장애인, 또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인지되고 오해없이 전달되고 있는지, 오히려 불쾌한 감정을 전달하고 있지는 않는지 등 마니아적 특성을 가진 이들을 기업은 우량 고객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매년마다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의 특성과 장애 유형을 연결해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출장 길이나 출퇴근 길에 불의의 교통 사고로 숨지거나 후천적 장애인이 된 경우를 비춰볼 때에 자동차 회사에서는 교통사고 유가족 자녀 장학사업, 안전운전 캠페인, 장애 유형별 특화된 옵션 제공(또는 후원)도 좋은 사회공헌이 될 것이다. 또한 자동차, 모빌리티 라는 사업 모델과 연계해 목욕이나 급식을 위한 특수차량 기부, 휠체어 기부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을 지지하는 캠페인 활동에도 함께 해 준다면 장애인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ESG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조금씩 각자의 일터와 삶의 반경 속에서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나씩 실행으로 옮긴다면 불확실한 시대에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더욱 성숙한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칼럼을 집필한 박수현 대표는 LG전자 연구소에서 인사기획과 조직문화를 담당했으며, 현재 ESG 일자리 컨설팅 기업인 브랜다트를 운영하며 사회적 경제 관점에서의 비즈니스 모델과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별 유명 기업들의 ESG 보고서를 직접 집필하고, 직무별 다양한 인식개선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ESG 일자리에 관한 인사이트 강의와 ESG 사업 기획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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