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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문학전집-[2020-시-최우수상]-조요섭 - "어멍"

최봉혁 | 기사입력 2023/02/19 [08:01]

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문학전집-[2020-시-최우수상]-조요섭 - "어멍"

최봉혁 | 입력 : 2023/02/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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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문학전집-[2020-시-최우수상]-조요섭 - "어멍" =최봉혁기자의 사진여행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장애인 인식개선신문)

어멍

 

 

조요섭 

 

 

 

야야 문 좀 열어보련 너네 아방 오셨는지,

어멍 부름에 사립문 밀어내지만

잔잔한 바람에 가지만이 낭창거린다

여린 잎 하나 피고 짐에도 하늘땅 뜻 서려있건만

뜻 없는 기다림 생활이 되어 홍안 소녀는 백발이 됐다

그 한 올 한 올에 담긴 순간들

보채는 어린것 등에 업고 쑥 캘 때도

뚝배기 한소끔 끓이고 차지게 떡 치댈 때도

까막눈 당신은 기다림으로 세월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뚝, 뚝 하늘이 물기 젖은 숨 뱉으면

당신도 물푸레 아래서 몇 모금 한숨으로 젖은 눈 말렸다

언젠가 나무에 앉는 달빛에 꼭 그이만 한 그림자 비칠 때

벗은 발로 달려가다 이내 깨닫고는

땅에 코 박고 파리한 몸 비틀었다

본래 사람은 흙에서 오는 것이어서 기댈 곳도 모두 그 언저리

빈 찬그릇 채우는 것, 깨진 새끼 무릎에 짓이겨 붙이는 것

모두 흙에서 왔다 어멍은 노상 흙을 캤다

새들도 놀라 날아간 설운 봄부터 사라진 남편을 기다렸다

별자리처럼 한 곳만을 지켜온 어멍의 산에는 구덩이가 많았다

그중 가장 깊고 오랜 하나

어린 손아귀만 한 호미날이 평생을 판 곳으로

당신 몸 하나 간신히 누일 그곳으로

어멍은 돌아갔다

누인 얼굴은 그 옛날의 소녀였다

신랑을 기다리는 새각시의 미소로

 

어멍이란 이름의

자라지 못한 소녀는

앞날의 사랑을 기다리며

끝나지 않을 봄으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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