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리
정지인
햇빛에 눈 부시지 않으면 어떠리 따스함만 떼어다가 시린 마음에 예쁘게 덮어두고 서로 닮은 그림자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 충분한데
꽃 잔치에 가지 못하면 어떠리 향기만 적셔다가 지친 손끝에 촉촉이 묻혀두고 보도라운 꽃바람 한번 만져 보면 좋을 것을
노을빛이 영영 사라지면 어떠리 저녁은 어김없이 방 안을 채우고 우리의 피곤한 하루는 등을 대고 누울 텐데
이렇게 하루가 가고 계절이 가고 우리가 가고 마지막으로 나가야 할 문은 모두 같은데
눈을 뜨고도 어둠만 보이면 또 어떠리 소리를 담아다가 옛 기억 속에 살포시 부어놓고 잠 못 이루는 밤 한 잔 마시며 미소 지으면 될 것을 <저작권자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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