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수상작 연재] 가작(운문부) 유창수 카르스트 사랑 - (운문, 시각, 시)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장애인인식개선신문=최봉혁기자)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수상작 연재] 가작(운문부) 유창수 카르스트 사랑 - (운문, 시각, 시)

카르스트 사랑

유창수

빗물이 조각한 회색 자궁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소조한다

암흑의 공허에 뿌리로 태어난

나는 뿌연 유방

억겁의 찰나에 새순으로 부화한

그대는 검은 남근

나는 그대에게

연속(年速) 1밀리미터의 속도로 달려가고

내게 오는 그대는

1년에 1밀리미터의 거리만 잘라낸다

천년의 그리움은 유두에서 한 방울 똠방

만년의 기다림은 귀두로 한 모금 철벅

차가운 들숨과 뜨거운 날숨이 빚은

사랑의 신음은 에코의 노래로 피어난다

거꾸로 된 삼각형과 바로 선 삼각형은

모래시계처럼 그리움의 무게를 재고

장음 표지처럼 기다림의 길이를 한없이 늘린다

그리움이 얼마나 무거워지면 나 그대에게 닿을 수 있을까

기다림은 얼마나 잘라내야 그대 나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리움이 땅이 되고 기다림이 하늘이 되는 날

나의 뿌리가 그대의 꽃잎에 닿아 한 몸으로 굳을 때

마지막 한 방울 생명의 석회수가 우리를 만지는 바로 그 찰나

그대와 나는 동시 오르가즘

세상의 천정과 바닥을 이어낸 우리는

그제야 황홀한 우주의 기둥으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