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지닌 아카이브와 스토리에 귀 기울여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아르떼숲과 아르브뤼코리아가 공동주최하고 문화관광체육부,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후원하는 정도운 작가 개인전을 인사동 아르떼숲에서 진행 하고 있다.
이번전시는 "기록하고 번역하는자 정도운"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회를 주관하고 있는 아르떼숲 정요섭대표의 작가노트 전문을 소개한디. {전문] 그 친구를 만나면 저는 나무를 떠올립니다. 봄에는 제 아래 키 작은 풀들이 싹을 틔우기를 기다렸다가 비로소 잎을 내는 나무, 가을이면 그 잎을 떨궈 작은 풀들이 춥지 않도록 덮어주는 나무. 정도운 작가가 그렇습니다. 그 친구를 그리 여기게 된 까닭이 있습니다.
이른바 발달장애를 지닌 그 친구는 맑디맑아서 탁류에 휩쓸려 사는 저를 늘 부끄럽게 합니다. 나무를 바라보면 면목이 없을 때가 많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도 그 친구를 만나면 나무 그늘에 온 것처럼 신이 납니다. 그 친구를 <아르떼 숲>에 모셨습니다. 사람을 곧게 보는 그 친구가 화가인 까닭입니다. 그 자리에 박재동 선생님도 모셔서 서로를 북돋우는 전시로 꾸몄습니다.
그 친구가 무슨 연유로 사람들을 그리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가 그린 그림에는 제가 아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주로 널리 알려진 사람들을 그려서 그렇습니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닮게 그리려고 애쓴듯하나 그 사람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그러면서도 수십, 수백 장의 그림과 섞어 놓아도 누가 그렸는지 단박에 알 수 있는 독자성까지 지녔습니다. 내 친구 정도운은 대상을 그리되, 그의 시점과 논점으로 재해석하고 구성하는 작가입니다. 그러므로 ‘그림으로 번역하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림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의 그림에는 깨알 같이 빼곡하게 채워진 텍스트도 있습니다. 가수를 그렸다면 발매한 음반이며, 수록된 곡, 데뷔를 언제 했으며, 함께 활동하는 동료는 누구인지를, 그 사람이 이미 타계한 경우라면 그때가 언제인지, 남긴 배우자는 누구며, 어떤 일로 유명을 달리했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그 친구의 작업을 보면 디테일의 정석을 보는 듯합니다. 저는 그 친구를 발달장애 작가라 부르는 사람들이 참 못마땅합니다. 제가 쫌 째진 눈을 지니고 살 듯, 그 친구는 발달장애라는 의학적 소견을 지니고 살뿐인데 왜 발달장애 작가로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도운 작가’라 불러야 합니다. 꽤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 충분히 독자적인 조형성을 지닌 작가입니다. 세상사는 요령은 다소 부족하지만 그림에 소재가 된 사람의 숱한 정보들을 기똥차게 줄줄 꿰는 작가입니다. 기억하는 천재성이 아니라 대상을 깊게 들여다보는 진지함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을 소질이라 하면 안 됩니다. 깊게 스미고 젖은 결과라 해야 옳습니다. 얼ˑ굴 없는 작가로 알려진 영국의 뱅크시(Banksy)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저 친구가 한국에서 같은 행위를 했다면 어찌 됐을까 생각해 왔습니다. 작가의 성장은 그 사회의 문화 수준과 비례하지요. 정도운 작가의 조형언어를 눈여겨 봐주십시오. 그가 지닌 아카이브와 스토리에 귀 기울여주십시오.
글 ㅣ 정요섭 문화비평 ˑ 아르떼 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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