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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식개선] 발달장애작가 정도운:장애인인식개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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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식개선] 발달장애작가 정도운

최봉혁 | 기사입력 2024/02/12 [16:00]
아르떼숲 정요섭대표의 작가노트

[장애인인식개선] 발달장애작가 정도운

아르떼숲 정요섭대표의 작가노트

최봉혁 | 입력 : 2024/02/12 [16:00]

▲ [장애인인식개선] 발달장애작가 정도운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서울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최봉혁칼럼니스트 (AI·ESG·DX 융복합 전문가,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교육전문가) = "기록하고 번역하는자 정도운"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 하며. 전시회를 주관하고 있는 아르떼숲 정요섭대표의 작가노트 전문을 소개한디.
 
{전문]
그 친구를 만나면 저는 나무를 떠올립니다. 봄에는 제 아래 키 작은 풀들이 싹을 틔우기를 기다렸다가 비로소 잎을 내는 나무, 가을이면 그 잎을 떨궈 작은 풀들이 춥지 않도록 덮어주는 나무. 정도운 작가가 그렇습니다. 그 친구를 그리 여기게 된 까닭이 있습니다.
 
이른바 발달장애를 지닌 그 친구는 맑디맑아서 탁류에 휩쓸려 사는 저를 늘 부끄럽게 합니다. 나무를 바라보면 면목이 없을 때가 많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도 그 친구를 만나면 나무 그늘에 온 것처럼 신이 납니다. 그 친구를 <아르떼 숲>에 모셨습니다. 사람을 곧게 보는 그 친구가 화가인 까닭입니다. 그 자리에 박재동 선생님도 모셔서 서로를 북돋우는 전시로 꾸몄습니다. 
 
그 친구가 무슨 연유로 사람들을 그리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가 그린 그림에는 제가 아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주로 널리 알려진 사람들을 그려서 그렇습니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닮게 그리려고 애쓴듯하나 그 사람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그러면서도 수십, 수백 장의 그림과 섞어 놓아도 누가 그렸는지 단박에 알 수 있는 독자성까지 지녔습니다. 내 친구 정도운은 대상을 그리되, 그의 시점과 논점으로 재해석하고 구성하는 작가입니다. 그러므로 ‘그림으로 번역하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림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의 그림에는 깨알 같이 빼곡하게 채워진 텍스트도 있습니다. 가수를 그렸다면 발매한 음반이며, 수록된 곡, 데뷔를 언제 했으며, 함께 활동하는 동료는 누구인지를, 그 사람이 이미 타계한 경우라면 그때가 언제인지, 남긴 배우자는 누구며, 어떤 일로 유명을 달리했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그 친구의 작업을 보면 디테일의 정석을 보는 듯합니다. 저는 그 친구를 발달장애 작가라 부르는 사람들이 참 못마땅합니다. 제가 쫌 째진 눈을 지니고 살 듯, 그 친구는 발달장애라는 의학적 소견을 지니고 살뿐인데 왜 발달장애 작가로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도운 작가’라 불러야 합니다. 꽤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 충분히 독자적인 조형성을 지닌 작가입니다. 세상사는 요령은 다소 부족하지만 그림에 소재가 된 사람의 숱한 정보들을 기똥차게 줄줄 꿰는 작가입니다. 기억하는 천재성이 아니라 대상을 깊게 들여다보는 진지함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을 소질이라 하면 안 됩니다. 깊게 스미고 젖은 결과라 해야 옳습니다. 얼ˑ굴 없는 작가로 알려진 영국의 뱅크시(Banksy)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저 친구가 한국에서 같은 행위를 했다면 어찌 됐을까 생각해 왔습니다. 작가의 성장은 그 사회의 문화 수준과 비례하지요. 정도운 작가의 조형언어를 눈여겨 봐주십시오. 그가 지닌 아카이브와 스토리에 귀 기울여주십시오. 
 
글 ㅣ 정요섭  문화비평 ˑ 아르떼 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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