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포용 사회를 위한 국제적 노력:
[장애인인식개선칼럼]①포용적 혁신을 이끄는 ESG- 보조공학 기술과 사회적 가치 창출의 접점지속 가능한 포용 사회를 위한 국제적 노력:
[장애인인식개선칼럼]①포용적 혁신을 이끄는 ESG- 보조공학 기술과 사회적 가치 창출의 접점
글 ㅣ최봉혁 칼럼니스트
서론: 인식 개선을 넘어 실질적 포용으로 오늘날 우리는 ‘장애인 인식 개선’이라는 말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아젠다로 자리매김했음을 체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노력이 때로는 일시적인 이슈 몰이나 홍보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진정한 의미의 포용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캠페인을 넘어,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참여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환경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는 단순히 장애인을 ‘돕는’ 개념을 넘어,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가능하게’ 만드는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본 칼럼은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지속 가능한 포용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조명하고, 특히 최신 보조기기 공학의 혁신, 해외 성공 사례, 그리고 유엔 기구의 발표를 중심으로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 최봉혁 칼럼니스트께서 늘 강조했듯,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회는 모든 구성원의 역량을 존중하고 지원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1. 보조공학 혁신, 장벽을 허무는 기술의 진보 포용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동력 중 하나는 바로 보조공학의 발전이다. 기술의 진보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혁신적인 보조기기들이 속속 등장하며 장애인의 일상생활, 교육, 직업 활동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들을 살펴보면 보조공학 분야의 발전은 눈부시다.
예를 들어, 2024년 국제재활공학회(RESNA)와 2025년 세계 보조공학 컨퍼런스(AAATE)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융합이 보조기기 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AI 기반의 예측 기능이 탑재된 의수족은 사용자의 움직임 패턴을 학습하여 더욱 자연스럽고 정교한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은 생각만으로 전동 휠체어를 조작하거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증 장애인의 의사소통 및 이동권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또한,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보조공학도 주목할 만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AR 기반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주변 환경 정보를 음성이나 촉각으로 전달하여 안전한 이동을 돕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AR 자막 안경은 실시간으로 대화를 텍스트로 변환하여 소통의 장벽을 낮춘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히 기능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이 발간한 ‘2023년 보조기기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로봇 기반 이동 보조기기, 웨어러블 형태의 재활 보조기기, 그리고 스마트 센서 기술이 접목된 맞춤형 보조기기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신체적 특성과 필요에 완벽하게 맞는 맞춤형 보조기기 제작을 가능하게 하여, 보조기기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이는 표준화된 기기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었던 개개인의 미세한 요구를 반영하여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최신 보조기기 공학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선다. 이는 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하고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행위다. 기술 혁신은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정보 접근의 장벽, 그리고 나아가 사회적 인식의 장벽까지 허무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2. 해외 성공 사례: 포용 정책의 실질적 구현 보조공학의 발전과 더불어, 해외의 선진적인 포용 정책 사례들은 지속 가능한 포용 사회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사회 전반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포용적으로 재구축하려는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가. 스웨덴의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원칙: 스웨덴은 국가 정책 전반에 ‘모두를 위한 디자인’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건물, 교통 시스템, 정보통신 기술 등 모든 공공 서비스와 제품을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스톡홀름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저상버스 도입과 점자 안내판, 음성 안내 시스템을 통합하여 시각 장애인과 휠체어 이용자 모두가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4년 스웨덴 정부의 ‘접근성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통합적 접근 방식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됐다. 이는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디자인을 통해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지혜로운 접근 방식이다.
나. 영국의 ‘접근성 표준(Accessibility Standards)’ 강화: 영국은 2010년 ‘평등법(Equality Act)’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고용, 교육, 서비스 제공 등 전반에 걸쳐 합리적 편의 제공 의무를 명시했다. 특히 디지털 접근성 분야에서 선도적인데, 영국 정부는 모든 공공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이 WCAG(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2.1 AA 등급 이상을 충족하도록 의무화했다.
2023년 영국 정부 디지털 서비스(GDS)의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표준 강화는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인지 장애인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온라인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정보 격차 해소와 디지털 사회 참여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영국의 ‘액세서블 런던(Accessible London)’ 프로젝트는 대중교통 시스템의 접근성 개선뿐만 아니라, 문화 시설, 상업 시설 등 도시 전반의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다양한 민관 협력 사업을 추진하여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다. 캐나다의 ‘포용적 고용 정책’: 캐나다는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고용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고용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직업 훈련 프로그램과 고용 알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캐나다 통계청의 장애인 고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정책적 노력으로 장애인 고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의 장애인 고용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장애 인력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고용은 단순한 소득 보전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단순한 시혜적 관점을 넘어, 장애인의 권리와 역량을 존중하고 그들이 사회의 생산적인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포용 사회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는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의 도래와 다양한 신체적 특성을 가진 인구가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모두에게 이로운 보편적 가치다.
3. 유엔 기구의 비전: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포용 유엔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국제 사회의 포용 정책에 대한 중요한 지침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06년 채택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의 권리 보호 및 증진을 위한 국제적인 법적 틀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각국 정부가 장애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며 이행해야 할 의무를 명확히 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장벽으로 규정하는 ‘사회적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장애를 가진 개인의 부족함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태도의 장벽이 장애를 발생시킨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협약은 접근성, 사생활 존중, 교육, 건강, 고용, 정치적 참여 등 장애인의 삶의 모든 영역에 걸쳐 비차별과 평등을 강조하며, 각 당사국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202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 Committe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협약 발효 이후 많은 국가에서 장애인 관련 법률 및 정책이 개선됐으며, 장애인의 사회 참여가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 고용, 정치 참여 등 여러 분야에서 장벽이 존재함을 지적하며, 특히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장애인의 취약성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에 유엔은 디지털 접근성의 강화, 포용적 재난 대비 시스템 구축, 그리고 정신 건강 서비스 확대 등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2023년 발간한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 for All)’ 보고서에서 장애 포용이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달성에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빈곤 퇴치, 건강 증진, 양질의 교육, 불평등 감소 등 모든 SDGs 목표는 장애인을 배제하고는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UNDP는 장애인을 단순히 수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을 넘어, 개발 과정의 주체이자 잠재력을 가진 행위자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 단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장애 포용적 예산 편성 및 데이터 수집을 통해 정책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유엔 아동기금(UNICEF)은 2025년 ‘아동을 위한 포용적 교육 보고서’를 통해 장애 아동의 통합 교육이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 개별화된 교육 계획과 지원, 교사의 역량 강화, 그리고 긍정적인 또래 관계 형성을 위한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장애 아동이 비장애 아동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유엔 기구들의 발표는 장애인 인식을 개선하고 포용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단순한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인권 기반의 보편적 가치이자 지속 가능한 인류 사회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국제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장애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논의는 이제 실질적인 포용 정책의 구현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최신 보조공학의 혁신은 장애인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고 사회 참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강력한 도구다. 스웨덴의 ‘모두를 위한 디자인’, 영국의 ‘접근성 표준 강화’, 캐나다의 ‘포용적 고용 정책’ 등 해외 성공 사례들은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인식과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통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더 나아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및 관련 기구들의 발표는 장애인 포용이 보편적 인권의 실현이자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한 핵심 동력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국제적 노력과 성공 사례들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며,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노력들이 어떻게 구체적인 사회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 더욱 심층적으로 다루어 보겠다. <저작권자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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