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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AI와 장애인의 직업생활 …새로운 기회와 도전

여주희 | 기사입력 2025/06/10 [04:39]

[기자칼럼] AI와 장애인의 직업생활 …새로운 기회와 도전

여주희 | 입력 : 2025/06/10 [04:39]

▲[기자칼럼]AI와 장애인의 직업생활 …새로운 기회와 도전  ChatGPT Image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장애인과 AI가 함께 일하는 시대, 진짜 포용은 지금부터다

 

혼자 회의에 참석하는 게 꿈이었어요.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됐죠
[편집자주] AI 기술이 ‘장애인을 위한 보조도구’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로 진화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현장을 따라가 본다.


 

(장애인인식개선신문= 방은숙 기자) 어느 날, 김모(34·시각장애 2급) 씨는 ‘스티브(Seeing AI)’라는 실시간 자막 솔루션 덕분에 처음으로 마케팅 회의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참여했다. 그날 이후 그는 ‘혼자’가 아닌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단지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낡은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기술은 이제 ‘보조도구’에서 ‘업무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청각장애 직원에게 맞춤형 AI 청취 기술을 적용해 공정 효율을 40%나 끌어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for Accessibility’는 전 세계에서 80건 넘는 장애인 고용 사례를 만들었다.

 

이건 단순히 통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의 반경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기술은 그렇게 조용히 변화를 만든다.

 

구글의 ‘Lookout’을 활용해 광고 기획을 하는 시각장애 에디터는 고객 선호도 1위 캠페인을 만들어냈다.

 

중증 근육장애인 박씨는 표정과 음성을 활용해 하루 300라인 코드를 검토한다. 그의 말처럼 “이젠 AI가 내 눈이고, 손이고, 동료”다.

 

인사담당자는 “AI 지원 직원들의 평균 성과가 일반 직원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름은 부족함이 아니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여전하다.

 

대부분의 AI는 여전히 단일 장애 유형만 지원한다. 고가의 AI 보조기기는 정부 지원 한도를 훌쩍 넘긴다. AI 학습데이터에서 장애인 비율은 0.3%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AI를 쓰는 사람은 일에 덜 적응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기술보다 먼저 바뀌어야 하는 건, 결국 사람의 인식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현대자동차는 뇌파 기반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고, 정부는 AI 기기 임대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교육은 확대되고, 법제도도 변화를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애인 없는 장애인 논의’는 이제 그만두자는 인식의 전환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기술을 ‘확장’의 언어로 이해해야 한다.

 

한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AI는 나에게 ‘편의’가 아니라 ‘존재의 확장’이에요.”

 

장애는 누군가의 잘못도, 극복 대상도 아니다.

AI가 ‘장애’를 기술로 감싸는 날, 우리는 비로소 인간 다양성의 의미를 다시 쓰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24 장애인 고용동향 보고서』

 

마이크로소프트 『AI for Accessibility 성과보고서(2023)』

 

삼성전자 『ESG 보고서(2023)』

 

KAIST AI윤리센터 『장애인 데이터셋 비율 조사(2024)』

 

고용노동부 『2025년 장애인 고용지원 계획』

 

WHO 『디지털 접근성 가이드라인(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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