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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소리 없는 영웅들의 축제, 데플림픽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S’의 가치

최봉혁 | 기사입력 2026/06/23 [01:22]

[ESG 칼럼] 소리 없는 영웅들의 축제, 데플림픽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S’의 가치

최봉혁 | 입력 : 2026/06/23 [01:22]

 

▲ [ESG 칼럼] 소리 없는 영웅들의 축제, 데플림픽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S’의 가치(AI이미지)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ESG 칼럼] 소리 없는 영웅들의 축제, 데플림픽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S’의 가치

 

글 ㅣ 최봉혁ESG칼럼니스트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ㅣ 많은 이들이 장애인 스포츠 축제로 패럴림픽(Paralympics)을 떠올린다. 신체의 한계를 극복한 선수들의 질주는 매번 전 세계에 거대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패럴림픽의 뜨거운 함성 뒤에, 철저히 소외된 또 하나의 올림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바로 청각장애인 선수들의 국제 스포츠 대축제인 ‘데플림픽(Deaflympics)’이다.

 

데플림픽은 패럴림픽보다 무려 36년이나 앞선 1924년에 시작된, 근대 올림픽 다음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국제 다종목 대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중의 무관심 속에 ‘비인기 종목’을 넘어 ‘존재조차 모르는 대회’로 잊히고 있다.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외치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지금, 우리가 데플림픽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곳에 진정한 ‘사회적(Social) 가치’의 본질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패럴림픽조차 품지 못한 ‘농(Deaf) 문화’의 독립성

대중은 종종 데플림픽이 왜 패럴림픽과 통합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는 청각장애인 사회 특유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이 자리 잡고 있다. 농인(Deaf)들은 자신들을 단순히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 아니라, 수어라는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적 소수자’로 정의한다.

 

경기 운영 방식부터가 일반적인 스포츠와 완전히 다르다. 소리 신호를 들을 수 없는 선수들을 위해 스타트 링 위의 총성 대신 화려한 ‘출발 신호등(Light)’이 켜지고, 심판들은 호루라기 대신 ‘깃발’을 흔든다. 관중석의 응원 문화 역시 독특하다. 소리 내어 박수를 치는 대신, 두 손을 반짝이며 위로 흔드는 ‘시각적 파도타기’가 경기장을 채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조직의 주체성이다. 비장애인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타 장애인 대회와 달리, 데플림픽은 국제농아인스포츠위원회(ICSD)를 필두로 농인 당사자들이 직접 대회를 기획하고 이끌어간다. 이는 사회적 약자가 단순히 시혜나 복지의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대의 주체로 우뚝 서는 진정한 독립과 존엄의 실현을 의미한다.

 

척박한 환경을 뚫고 피어난 대한민국 대표단의 위대한 저력

대한민국 대표단은 이러한 무관심과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매번 세계를 놀라게 하는 기적을 써 내려왔다. 1985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하계 대회 3회 연속 종합 3위라는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지난 2025년 11월, 100주년을 맞이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하계 데플림픽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단은 역대 최대 규모인 174명을 파견했다. 결과는 눈부셨다. 사격의 이승화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대한민국은 금메달 11개를 포함해 총 43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세계 종합 5위라는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동계 대회의 여정도 감동적이다. 2015년에야 처음으로 문을 두드린 한국 대표단은, 소통이 생명인 컬링 종목에서 눈빛과 정교한 수어 제스처만으로 완벽한 팀워크를 구축했다. 그 결과 2019년 이탈리아 대회 여자 단체전 동메달에 이어, 2024년 튀르키예 에르주룸 대회에서는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하며 동계 역사상 최고 순위인 종합 13위를 기록했다. 소리의 장벽을 넘어 오직 몸짓과 열정 하나로 국위를 선양한 영웅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기업 ESG 경영, 이제는 ‘소리 없는 영웅들’에게 응답할 때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생존 키워드는 단연 ESG다. 그중에서도 ‘S(Social)’ 영역의 핵심 평가지표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의 실천이다. 많은 기업이 장애인 고용률을 채우거나 일회성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자위하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포용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이들의 가치를 발굴하고, 그들이 세상과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데서 시작된다.

 

데플림픽에 대한 기업들의 후원과 관심은 가장 확실하고 진정성 있는 ESG 실천 사례가 될 수 있다. 소리 없는 코트 위에서 라켓을 잡는 테니스의 이덕희 선수, 비장애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당당히 인간 승리를 보여준 사격의 김우림 선수처럼, 이들의 스토리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감동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격상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데플림픽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구축한 사회 시스템이 과연 모든 이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동등하게 배려하고 있는가. 이제 비장애인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소리 없는 영웅들이 보내는 시각적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데플림픽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인권과 평등의 명도 대비를 극대화하는 가장 아름다운 ESG 경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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