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최봉혁칼럼]오티즘과 함께한 20년, ‘단체의 기념’에서 ‘국가의 시스템’으로 넘어가야 한다

최봉혁킬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6/01/17 [17:07]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정책 세미나가 던진 과제는 
생애주기 지원의 ‘연결’과 ‘지속가능성’이다

[최봉혁칼럼]오티즘과 함께한 20년, ‘단체의 기념’에서 ‘국가의 시스템’으로 넘어가야 한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정책 세미나가 던진 과제는 
생애주기 지원의 ‘연결’과 ‘지속가능성’이다

최봉혁킬럼니스트 | 입력 : 2026/01/17 [17:07]

▲ 한국쟈폐인사랑회 20주년 기념단체사진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글 ㅣ 최봉혁칼럼니스트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ㅣ 지난12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 컨벤션홀은 한국 장애인 복지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현장이 됐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창립 20주년 기념식과 정책 세미나는 ‘오티즘과 함께한 20년의 동행, 세상을 향한 울림으로’라는 기치 아래, 전국 등록장애인 263만 명의 현실과 자폐성 장애인의 생애주기별 난제를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본 칼럼은 최봉혁 ESG 전문 칼럼니스트의 시각에서 국내외 통계와 정책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기업 경영의 S(Social) 영역과 융복합하여 향후 20년의 실질적 솔루션을 제언한다.

 

통계로 본 오티즘의 현실과 ‘신경다양성’의 부상

보건복지부의 2024년 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등록장애인은 약 263만 1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1%를 차지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장애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다. 지체장애 등 신체적 장애는 의학의 발달과 안전사고 감소로 정체 또는 감소 추세인 반면, 자폐성 장애를 포함한 발달장애(지적·자폐성) 인구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발달장애 인구는 약 27만 3천 명에 달하며, 이 중 자폐성 장애인은 최근 10년간 약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18세 미만 아동 장애인의 절반 이상이 발달장애로 분류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단순한 복지 수혜자의 증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 확장을 의미한다. 자폐는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정보 처리 방식이 다른 시민의 한 형태라는 인식이 정책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경계선 지능과 사각지대, 제도적 틈새를 메워야 한다

이번 20주년 세미나에서 심도 있게 다뤄진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경계선 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및 ‘경계성 자폐’ 유형에 대한 지원이다. 지능지수(IQ) 71~84 사이의 경계선 지능인은 통계적으로 인구의 약 13~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해 복지 서비스의 철저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이 자폐적 성향을 동반할 경우 사회적 고립은 더욱 심화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습 부진아로, 노동 시장에서는 적응 실패자로 낙인찍힌다. 최봉혁 칼럼니스트는 이들을 위한 ‘제3의 영역’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이분법적 장애 판정을 넘어, 기능적 제약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합리적 배려와 직무 조정을 제공하는 ‘포용적 권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글로벌 표준에서 배우는 ‘끊김 없는’ 생애주기 지원

한국의 오티즘 정책이 나아갈 길은 이미 앞서 나간 선진국의 사례에서 명확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영국의 ‘자폐증법(Autism Act 2009)’은 세계 최초로 특정 장애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여 지방정부의 지원 책임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는 개별 당사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예산 집행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개별화 전환계획(Individualized Transition Plan)’을 통해 고등학교 졸업 후 성인기로 넘어가는 공백을 최소화한다. 교육 기관과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이 협업하여 주거와 고용을 미리 설계하는 방식이다. 일본 역시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통해 자폐 당사자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늙어갈 수 있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실천하고 있다.

 

국내 실정은 어떠한가. 아동기 치료에 집중된 예산은 성인기가 되면 급격히 축소되며, 부모 고령화에 따른 ‘돌봄 독박’은 가족 전체의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제는 해외 사례처럼 조기중재(CST)부터 노년기 재산관리까지 이어지는 ‘연결된 경로’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ESG 경영의 핵심 동력으로 승화되는 ‘오티즘 포용’

이제 자폐인 지원은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ESG)을 위한 핵심 전략적 자산이 되어야 한다. ESG의 ‘S(Social)’ 영역에서 다양성(Diversity)과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신경다양성 고용(Neurodiversity Hiring)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다. SAP,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등은 자폐인의 비범한 집중력, 데이터 패턴 인식 능력, 논리적 사고를 소프트웨어 테스트나 사이버 보안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책임 이행인 동시에 인재 확보 경쟁에서의 승리다. 국내 기업들 역시 장애인 의무 고용 부담금을 납부하는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직무를 세분화하여 자폐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융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자폐 당사자의 특성을 고려한 제품 개발과 매장 환경 개선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모든 소비자의 편의를 증진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격상시킨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책무와 향후 20년의 제언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국내 유일의 자폐성 장애 중심 공익법인으로서 지난 20년간 독보적인 길을 걸어왔다. 협회는 이제 성과의 축적을 넘어 ‘표준의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 발간된 20주년 기념 백서는 단순한 기록물이 아닌,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고 표준화된 서비스 모델을 지자체에 전파하는 정책 가이드북으로 쓰여야 한다.

 

최봉혁 칼럼니스트는 다음의 세 가지 융복합 솔루션을 제언한다. 첫째, 진단 후 60일 이내에 서비스가 연결되는 ‘조기중재 골든타임제’를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내 ‘스펙트럼 주거(단계별 자립 주거)’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셋째, 신탁(Trust)과 법적 후견 제도를 금융 서비스와 결합하여 부모 사후에도 당사자의 재산과 인권이 보호되는 ‘디지털 재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팩트체크 및 출처 정리

등록장애인 통계: 보건복지부 2024년 말 등록장애인 현황 기준. 자폐성 장애는 15가지 장애 유형 중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임.

 

유병률 데이터: 한국 임상지침 및 학계 보고(DSM-5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자폐 스펙트럼 유병률은 약 2.20%로 추정됨.

 

경계선 지능: 지능지수 71~84 사이의 인구로, 전체 인구의 약 13.6%에 해당하나 법적 장애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음.

 

해외 사례: 영국의 Autism Act 2009, 미국의 IDEA(장애인교육법)에 따른 전환 서비스 등은 공식 문헌에 근거함.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인간의 조건이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20주년이 쏘아 올린 이 울림이, 제도라는 단단한 벽을 허물고 기업의 경영 철학을 바꾸며, 마침내 당사자와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당연한 세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