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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스타보다 '정규직'이 좋습니다"… 조영배 작가, 편견 깬 '진짜' 홀로서기(2부)

최봉혁 | 기사입력 2026/01/04 [19:23]
[2부] 정오의 빛을 닮은 성장,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자립

[인터뷰]"스타보다 '정규직'이 좋습니다"… 조영배 작가, 편견 깬 '진짜' 홀로서기(2부)

[2부] 정오의 빛을 닮은 성장,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자립

최봉혁 | 입력 : 2026/01/04 [19:23]

 

▲ [2부] 정오의 빛을 닮은 성장,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자립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글 ㅣ 최봉혁칼럼니스트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2부] 정오의 빛을 닮은 성장,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자립

성인이 된 조영배 작가는 강남대학교 회화디자인학부를 졸업하고, 현재는 유베이스(U-BASE)의 정규직 근로 작가로 활동하며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Q. 대학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해내는 과정은 어땠나요?

 

A. "대학 생활은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저는 영배에게 '특혜'보다는 '치열한 기회'를 주고자 했습니다. 학교 바로 앞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해 주었는데,  아침 7시에 나가서 밤 10시에 돌아오는 강행군을 4년 내내 이어갔습니다. 공강 시간마다 작업실로 달려가 전공 과제들을 열심히 그렸죠.

비장애인 동기들과의 통합 교육 과정에서, 처음엔 편견 어린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면 가장 마지막까지 남게되면 뒷정리를 하고, 창문을 닫고, 강의실을 정돈하는 모습을 보며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 성실함에 교수님들과 동기들도 마음을 열었고, 그때에 친구들이 지금까지 응원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Q. 초기 기계적인 소재에서 '식물'과 '빛'으로 주제가 변화했습니다. 어떤 내적 변화가 있었나요?

 

A."생명이 없는 사물은 정형화 되어 있죠. 반면 식물은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어려워요. 그래서 식물 그리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규칙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식물은 서두르지도, 게으르지도 않게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납니다.

 

작가는 매일 같은 장소에서 식물이 시간에 따라 빛의 그림자가 어떻게 변하는지, 생명력이 색과 형태를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관찰하고 기록하며 작업하였습니다. 빛과 시간에 따라 관찰된 그림 속 식물들은 따뜻한 '정오의 빛'을 머금고 있습니다. 기계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생명의 온기를 담아내게 된 것은 작가 내면의 성장이 투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Q. 어머니로서, 그리고 조력자로서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요.

 

A. "저는 영배가 작가로 '반짝스타'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직업인'으로서 단단하게 뿌리 내리기를 바랍니다. 현재 작가는 유베이스의 정규직 미술 근로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4대 보험이 되고, 연금이 쌓이는 '진짜 직장'입니다.

제 소박하지만 바라는 꿈은 작가가 정년인 65세까지 이 직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하는 것입니다. 그림이 단순한 취미나 특기가 아니라, 그의 삶을 지탱하는 '업(Job)'이 되어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것이죠. 부모가 곁에 없더라도 그가 가진 재능이 직업으로 평범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 가족이 영배와 함께 그려가는 희망의 그림입니다."

 

우리는 흔히 장애 예술인들에게 '인간 승리'나 '희망의 증거'와 같은 드라마틱한 서사를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작가와 그의 어머니가 보여준 것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이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기보다, 세금을 내고 정년을 넘어 좋은 작가로 성장 하기를 원한다. 이는 장애 예술이 단순히 시혜나 복지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이자 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함을 시사한다. 스타 작가 한 명을 탄생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많은 조영배들이 각자의 재능으로 밥벌이를 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정오의 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리쬔다. 조영배 작가가 그리는 빛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특별한 곳이 아닌 우리네 일상 가장 평범한 곳을 비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65세 정년까지 붓을 놓지 않는 '작가 조영배'의 성실한 내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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