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분도 못 앉아있던 아이, 이제는 1시간 몰입하는 '평화의 시간' 찾아 최근 2년간 매주 1점씩 판화 작업 도전… "어머니의 관찰과 탐색으로 만들어가는 미래" "여인이 아닌 어머니로서… 매일의 시험을 기적으로 바꾼 신앙과 사랑의 기록" [인터뷰] "10분 산만함이 1시간의 평화로"… 박태현 작가와 어머니가 빚은 '테이핑 기적'10분도 못 앉아있던 아이, 이제는 1시간 몰입하는 '평화의 시간' 찾아
|
![]() ▲ 박태현작가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글 ㅣ 최봉혁 칼럼니스트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자폐성 발달장애인에게 특정 사물에 대한 집착은 흔히 교정해야 할 '문제 행동'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그 집착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기다려 '직업'으로, 나아가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모성애가 있다.
박태현(32) 작가는 한때 <슈퍼 그랑죠> 로봇에 심취해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나 어머니 김선화 씨(목사)의 헌신 속에 그는 이제 포장용 테이프로 세상의 색을 입히고, 판화 칼끝으로 희망을 새기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여인이기를 포기하고 오직 어머니이자 신앙인으로서, 매일 반복되는 시험을 작은 기적으로 바꿔온 김선화 씨의 치열한 육아와 도전 이야기를 심층 인터뷰로 담았다.
△몰입의 시작
Q. '박 작가님의 어린 시절은 '로봇 수집광'이었습니다. 그 산만했던 호기심이 어떻게 예술적 재능으로 연결되었나요?
A. (김선화 어머니,이하 생략) "태현이는 어릴 때부터 사람보다 로봇 만화에 깊이 빠져 있었습니다. 로봇이 망가지면 직접 고치려 들었고, 박스를 오려 합체 로봇을 만들기도 했죠.
당시엔 자폐 성향으로 인한 단순한 집착처럼 보였지만, 돌이켜보면 아이는 로봇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사물의 구조와 입체감을 스스로 익히고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무관심했던 아이가 로봇 캐릭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그 안에서 소통의 언어를 찾고 있었던 셈입니다."
△소재의 확장
Q '테이프'라는 독창적인 소재에 이어, 최근에는 '판화'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A. "네, 태현이는 테이프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색감을 찾았지만, 저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더 다양한 예술적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2년여 전부터 판화 작업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 개의 판화 작품을 꾸준히 완성해내고 있습니다. 테이프가 '덧붙이는' 작업이라면, 판화는 '새기는' 작업입니다. 이 두 가지를 병행하며 태현이의 예술 세계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하나의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통해 세상과 넓게 연결되길 바라는 엄마의 욕심이자 간절한 바람입니다."
![]() ▲ 박태현작가 판화작업을 하고 있다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작은 기적
Q.처음에는 10분도 집중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지금의 작업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A."이것은 정말 기적과도 같은 변화입니다. 초기에는 작업 시간이 10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잠시 하다가 돌아다니고, 다시 와서 조금 만지는 산만함의 연속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1시간 이상 꼼짝 않고 집중하는 긴 호흡이 생겼습니다. 그 시간은 태현이에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평화의 시간'이자, 자신만의 세상에서 온전히 몰입하는 치유의 시간입니다. 중요한 건 제가 시켜서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좋아서 자발적으로 몰입한다는 사실입니다. 10분의 산만함이 1시간의 평화로 바뀌기까지, 그 기다림의 시간이 저에게는 매일의 감동입니다."
![]() ▲ 박태현작가 10분도 못 앉아있던 아이, 이제는 1시간 몰입하는 '평화의 시간' 찾아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 소통의 변화
Q.과거엔 로봇이 친구였지만, 이제는 관객의 얼굴을 그려줍니다. 어머니로서 어떤 감정이 드시나요?
A."로봇과 인형은 태현이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그 관심이 이제 사람으로 옮겨왔습니다. 전시장에서 '라이브 테이핑'을 하며 관객의 눈을 맞추고, 그들의 특징을 잡아내 테이프로 표현합니다.
자신의 작품을 받고 웃는 관객들을 보며 태현이도 함께 미소 짓습니다. 닫혀있던 방주에서 나와 무지개를 만난 노아처럼, 태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어머니의 고백
Q. 목회자이자 어머니로서, 매일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길을 걸어가는 마음가짐은 어떠신가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의 삶은 '여인'이 아닌 오직 '엄마'로서의 삶이었습니다. 매일매일이 신앙의 시험과도 같았고,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의 벽 앞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난의 시간 속에서 저는 작은 기적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아이의 눈맞춤이 한 번 늘어날 때, 라면 봉지가 예술 작품이 될 때, 10분이 1시간이 될 때... 그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응답이자 은혜였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태현이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연결하고 도전할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제게 맡겨주신 사명이자, 사랑하는 아들을 위한 엄마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박태현 작가의 성공 스토리에는 과장된 이야기는 없다. 대신 10분을 1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수천 번 마음을 다잡아야 했던 어머니 김선화 씨의 피땀 어린 현실이 있다.
자폐성 장애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김선화 어머니는 신앙이라는 나침반과 모성애라는 돛을 달고 아들을 예술가라는 목적지로 이끌었다. 그녀는 아들의 '집착'을 '재능'으로 해석했고, 테이프에 이어 판화라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여주며 미래를 준비시키고 있다.
박태현 작가의 이야기는 모든 발달장애 가족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다. "우리 아이는 안 돼"라는 현실의 벽을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넘어서는 것. 그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박태현과 김선화 모자가 보여준 것처럼 끈질긴 관찰과 도전, 그리고 기다림 끝에 얻어지는 값진 결과물이다.
오늘도 세상의 편견과 싸우며 자녀를 지키는 위대한 어머니들에게, 박태현 작가의 작품과 김선화 목사의 삶이 따뜻한 위로와 확실한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한다.
[최봉혁 칼럼니스트 프로필]
ESG 경영, RE100, AI 융복합 분야의 전문가이자 장애인인식개선신문 발행인이다.
현재 더이에스지(The ESG) 뉴스 편집인, 한국AI교육협회 부회장(연수원장), 지속가능과학회 상임부회장으로 활동하며, 한국구매조달학회 및 한국언론정보기술협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국제문인협회 수필 부문으로 등단한 문인이기도 한 그는, 딱딱한 이론보다는 ESG의 'S(Social, 사회)' 가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장애인 인식 개선과 예술가 지원 등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돕는 솔루션을 제시하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따뜻하고 통찰력 있는 글쓰기를 지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