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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폐가 작아도 꿈의 크기는 무한대"… '스페셜K 대상' 베이스 백영준

최봉혁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5/12/15 [01:41]

[인터뷰]"폐가 작아도 꿈의 크기는 무한대"… '스페셜K 대상' 베이스 백영준

최봉혁칼럼니스트 | 입력 : 2025/12/15 [01:41]

▲ "폐가 작아도 꿈의 크기는 무한대"… '스페셜K 대상' 베이스 백영준 인터뷰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글ㅣ최봉혁칼럼니스트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ㅣ 성악은 몸 자체가 악기인 예술이다. 그렇다면 악기의 구조적 결함은 연주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여기, 작고 틀어진 폐라는 신체적 한계를 딛고 무대를 호령하는 청년이 있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베이스 백영준(35) 씨다.

 

그는 최근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에서 결선 국회의장상(대상)을 거머쥐며 장애 예술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학원 청소 4년, 독학 7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서른둘 늦깍이 신입생이 된 그는 이제 '동화 같은 예술가'를 꿈꾼다.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전문가로서, 그의 삶과 예술 철학을 심층 인터뷰했다.

 

◇ 숨길 수 없었던 장애, 그리고 직면한 현실

백영준은 폐가 작고 몸이 틀어진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장애 탓에 그는 오랜 시간 이를 숨기려 노력했다. 비장애인들과 오직 실력으로만 겨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2024년, 문화예술계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발굴하는 '현대차 정몽구 스칼러십' 오디션은 그에게 있어 예술 인생의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냉철하면서도 진심 어린 비평은, 그가 미처 직면하지 못했던 자신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거울이 됐다.

 

백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장애로 인한 신체적 특징이 발성과 음악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지적받았을 때, 비로소 내가 장애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애써 '숨기려'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재단이 제공한 공정하고 수준 높은 심사 기회가 아니었다면, 그는 여전히 무리하게 폐활량을 키우며 몸을 혹사하는 방식이 최선이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18년 동안 장애를 부정하며 비장애인처럼 보이기 위해 애썼던 노력이 사실은 편견에 대한 두려움이었음을 인정하게 됐다. 이 뼈아프지만 소중한 자각의 순간을 통해 그는 비로소 껍질을 깨고 나와,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자평했다.

 

◇ 욕심을 버리고 '본질'을 노래하다

그를 변화시킨 또 하나의 계기는 첫 장애인 콩쿠르 도전이었다. '제1회 전국장애인 쿰 음악 콩쿠르'에서 그는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분들의 음악에는 인간 본연의 '맑음'이 있었다. 반면 내 음악은 욕심 많고 겉멋이 들어 있었다. '인간의 극복'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진정한 예술의 힘이 무엇인지 배웠다."

이 배움은 스페셜K 경연으로 이어졌다. 그는 기교보다 '예술의 기초'와 '가사 전달'에 집중했다. 한국 가곡 <명태>를 선곡한 그는, 작곡가의 의도와 화자의 감정을 깊이 파고들었다. 비장애 연기자와의 협연을 통해 서사를 극대화했고, 결과는 대상 수상이었다. 그는 "예술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 진정성을 선택했던 태도가 관객들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따뜻한 태양"

백영준이 추구하는 예술가상은 명확하다. 그는 대중에게 '동화 같은 예술가'로 기억되길 원한다. 이는 지도교수인 공병우 교수의 가르침에서 비롯됐다.

"교수님께서는 이솝우화 속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태양이라고 하셨다. 삶의 고단함으로 날이 서 있던 제게, 태양처럼 온화한 사람이 되라는 그 말씀은 인생의 지표가 됐다."

그는 '대가'란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깊은 내면과 인격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라고 믿는다. 세계적인 오페라 하우스에 서는 꿈도 있지만,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음악이 온전히 닿는 것이다.

▲ 베이스 백영준 프로필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장애인 인식 개선, '말'이 아닌 '무대'로 증명

ESG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백영준의 행보는 'Social(사회)' 부문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준다. 그는 장애 인식 개선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비장애인과 같은 무대에서 경쟁해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애를 넘어 예술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인식 개선 방식이다. 설명이나 계몽이 아닌, 자연스러운 공감과 경험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

 

◇ 조랑말도 방향을 알면 천 리를 간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 장애 예술인들에게 순자(荀子)의 '권학' 편을 인용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 리를 가지만, 조랑말도 방향을 알면 열흘이면 간다. 꿈이 있다면 장애는 한계가 될 수 없다. 비록 속도는 다를지라도, 작은 실천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마침내 꿈에 도달할 것이다."

폐가 작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도, 세상 그 누구보다 큰 울림을 전하는 성악가 백영준. 그의 노래는 이제 막 시작됐으며, 그가 써 내려갈 동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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