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최봉혁 기자) 장애인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도입된 '장애인 특별공급' 제도가 불법 브로커 조직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했다. 전국을 무대로 청각장애인들의 명의를 빌려 20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불법 분양받은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취약계층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범죄의 틈새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주택법 위반 혐의로 브로커 조직 핵심 인물을 구속 송치하고, 모집책 및 명의를 대여한 청각장애인 등 총 40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2020년부터 5년여간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에서 청각장애인 36명의 명의를 이용해 아파트 30여 채를 당첨받은 뒤 전매 제한이 풀리면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방식으로 4억 7천만 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불법 분양된 아파트 중에는 서울 강남권의 고가 단지도 포함됐다.
범죄 조직은 장애인 특별공급 제도의 허점을 철저히 계산해 움직였다. 일반 청약과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당첨 기준이 특화되어 있다는 점을 노렸다. 명의 대여자의 무주택 기간과 장애 정도 등을 사전 분석해 당첨 확률을 극대화했고, 단속을 피하려 아파트 계약 현장에 장애인과 동행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전화금융사기를 수사하던 중 포착된 이들의 범행은 국토교통부의 자료 분석을 거쳐 비로소 전모가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정당한 권리가 불법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데 있다. 명의를 대여해 준 장애인들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나 정보 부재 속에서 브로커들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을 단지 범죄 가담자로 치부하기에 앞서, 취약한 환경을 노린 조직적 범죄에 어떻게 노출되었는가를 엄중히 따져보아야 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실질적으로 주거 지원이 절실했던 다른 장애인들에게 돌아갔다. 공정한 기회를 빼앗긴 셈이다. 경찰은 몰수·추징보전을 추진하며 엄정 대응을 천명했지만, 사후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원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작업이 장애인의 권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정당한 신청자에게 불필요한 서류 부담을 가하는 식의 임시방편은 본末이 전도된 대책이다. 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명의가 어떻게 쓰이는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안내·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브로커의 개입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정밀한 상시 감시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장애인 특별공급은 시혜성 혜택이 아닌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다.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주거 약자의 기회를 앗아가는 불법행위는 엄단하되,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의 권리는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촘촘한 안전망 재정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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