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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개인의 나약함'에서 '조직의 공백'으로
ESG 기획 칼럼 시리즈 [2부]
침묵의 비용, 기업의 생존을 흔들다'개인의 나약함'에서 '조직의 공백'으로
글 ㅣ 최봉혁ESG칼럼니스트 ㅣ장애인인식개선신문 일터 정신건강 잔혹사, 개념과 제도의 글로벌 연혁 오랜 기간 동안 기업 경영에서 직원의 심리적 고통은 철저히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되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멘탈이 약하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식의 방관은 직장 내 괴롭힘을 정당화하는 두터운 방어벽이었다. 하지만 구성원의 정신장애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몰아세우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2026년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인적 자본 경영의 핵심은 일터 내 정신적 안전망의 유무이며, 이는 곧 ESG(이이에스지)의 'S(사회)' 지표를 결정짓는 핵심 잣대다.
정신 건강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개인의 책임'에서 '조직 시스템의 공백'으로 전 전환되기까지는 수많은 노동자의 침묵과 법적·제도적 투쟁의 역사가 존재했다.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일터의 잔혹한 위계 구조가 어떻게 공적 규제의 대상으로 들어왔는지, 그리고 왜 최고경영자들이 직원의 마음을 지키는 일에 직접 나서야 하는지 그 역사적 흐름과 명확한 팩트를 직시해야 한다.
숫자가 증명하는 권리 선언: 정신질병 산재 데이터의 폭발적 경고직장 내 괴롭힘(Workplace Bullying, 워크플레이스 불레잉)과 수직적 갑질(Gapjil)이 개인의 적응 실패가 아닌 시스템의 붕괴라는 사실은 공공 신뢰성을 확보한 구체적인 데이터로 완벽히 입증된다. 근로복지공단이 발간한 '업무상재해 질병 현황'에 따르면, 일터의 정신적 손상을 바라보는 사회적 각성은 수치상으로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과거 2011년 기준, 정신질병으로 인한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102건, 최종 승인 건수는 26건에 불과했다. 승인율 역시 25.5% 수준으로, 직장에서 얻은 정신적 상흔을 공적으로 인정받기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당시의 제도와 조직 문화는 폭언과 은밀한 따돌림을 '업무의 연장선' 혹은 '개인이 인내해야 할 조직 문화'로 묵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지금, 시장의 눈높이와 제도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정신질병 산재 신청은 810건, 승인은 471건에 달했으며, 2025년 역시 신청 754건, 승인 421건을 기록하며 매년 수백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얻은 심리적 부상을 공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승인율은 과거의 2배를 웃도는 50~6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직장 내 우울증, 적응장애, 불안장애가 개인의 유약함 때문이 아니라 불합리한 조직 구조와 위계적 가해로 인해 발생하는 명백한 '물리적 타격'임을 국가와 사회가 팩트체크를 통해 선언한 결과다.
침묵에서 제도로: 심리적 박해를 규제해 온 글로벌 연혁일터 내 정서적 학대를 공적 보건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역사적 시발점은 1980년대 스웨덴의 심리학자 하인츠 레이만(Heinz Leymann) 박사의 연구였다. 그는 직장 내에서 불합리한 위계나 다수가 한 개인을 지속적으로 소외시키고 공격하는 현상을 집단 박해를 뜻하는 모빙(Mobbing, 모빙)이라는 개념으로 최초 정립했다. 레이만 박사는 모빙이 노동자의 인지 능력을 마비시키고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유해 요인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이후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직장 내 심리적 가해를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안에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일터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채택한 '제190호 협약'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했다. 국내 역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되면서, 심리적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기업의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법적 책임을 수반하는 '의무'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상생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포용 정책의 설계이제 기업은 소극적인 법적 준수를 넘어, 구성원의 심리적 자립과 상생을 도모하는 선제적 포용 정책(Inclusive Policy)을 가동해야 한다. 지식과 제도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조직 내 가장 연약한 이들에게까지 수평적으로 공유되어야 비로소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직급을 막론하고 일터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 가이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조직 내 심리적 위기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안전한 소통 채널이 작동해야 한다. 불이익에 대한 공포 없이 가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철저한 익명성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형식적인 상담 제도를 탈피하여 고위험군 노동자에게 전문적인 정신과적 평가와 치료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실질적인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만약 정신적 부상으로 인해 휴직을 겪은 직원이 있다면, 이들이 복귀할 때 커리어의 단절이나 추가적인 소외를 겪지 않도록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직무를 섬세하게 조정해 주는 '따뜻한 공적 시스템'이 안착되어야 한다.
직원의 정신적 안정을 방치하는 기업은 인적 자본을 황폐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심각한 규제 리스크와 평판 추락을 대면하게 된다. 반면, 구성원의 보이지 않는 상흔을 마주하고 치유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은 구성원의 높은 몰입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최고의 자산을 얻게 될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상생의 일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시대가 명령하는 ESG 경영의 진정한 종착지다.
💡 아하! 시사 전문 용어 한눈에 이해하기
* 본 기획 칼럼은 공공의 이익과 노동 인권 향상을 위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정보의 수평적 연대를 지향합니다. Heinz Leymann 박사의 'Workplace Mobbing' 임상 연구 가이드라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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