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ㅣ 최봉혁ESG칼럼니스트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ㅣ 국민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가장 오랜 기간 변화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공간이 있다.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다.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풀고 잠시나마 여유를 즐겨야 할 공간이, 그동안 이용객들에게는 '비싸고 부실한'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장소로 인식되었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개편방안은 단순한 물가 안정 대책을 넘어선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독점적 운영 구조와 불합리한 유통 마진을 혁파하고, '시민사회를 위한 공공성 복원'이라는 전향적인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정 집단에 대한 공격적인 비난에 매몰되기보다, 이번 개편이 지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융복합적 가치와 시민사회가 얻게 될 실질적 혜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고질적 유통 구조의 혁신, 'S(Social)' 가치의 실질적 구현그동안 휴게소 음식값이 과도하게 높았던 근본 원인은 한국도로공사와 중간운영업체, 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약 구조에 있었다. 중간 수수료율이 평균 33%에서 최대 51%에 달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ESG 경영의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Social)의 핵심은 '이해관계자 모두가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에 있다. 전문적인 공공관리회사를 도입해 임대료율을 8~9% 수준으로 대폭 낮추기로 한 결정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소비자 권익을 극대화하는 실질적인 상생 모델이다. 평균 4,800원에 달하던 아메리카노 커피를 2,000원 이하로 낮추고, 편의점의 24시간 운영과 간편식 제공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다. 장거리 운전자와 야간 화물차 운전자의 휴식권을 보장해 '교통안전'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을 한층 강화하는 복지 정책의 연장선이다. 또한,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매장을 도입해 사회적 약자와 미래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휴게소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사회적 책임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이권 카르텔 혁파와 공공관리, 'G(Governance)'의 투명성 확보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뿌리다. 과거 특정 단체의 독점 운영 체제와 내부 관계자 중심의 수의계약 구조는 공정성을 저해하는 거대한 걸림돌이었다. 이번 개편안이 제시한 외부심사위원회 중심의 공개 입찰 시스템과 현직자·퇴직자 친인척 배제 원칙은 내부통제 시스템의 획기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매년 시행되는 만족도 평가와 투명한 모니터링은 공공 자산이 특정 집단의 사익 추구 수단이 아닌, 철저히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관리되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다. 제도 개선을 통해 출범할 '공공관리회사'는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을 잡는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이 될 것이다. 사적 독점 구조를 공적 관리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얻어지는 신뢰는 향후 다른 공공 서비스 분야의 구조 개혁에도 중요한 나침반이 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인프라, 'E(Environment)' 가치의 융합이번 개편안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휴게소 부지 내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얻는 부가 수익을 서비스 개선에 재투자한다는 점이다. 이는 ESG의 환경(Environment) 요소를 수익 모델 및 사회적 가치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탁월한 융복합 사례다. 휴게소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휴식처가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친환경 거점으로 진화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체 전력을 조달하고, 자원 순환을 유도하며, 친환경 차량 인프라를 확충하는 노력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에 부합한다. 환경적 가치 창출이 곧 이용객의 서비스 만족도로 환수되는 선순환 구조는 미래형 고속도로 휴게소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해외 사례로 본 휴게소의 공공성 및 사회적 가치 창출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고속도로 휴게소를 단순한 상업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공공성을 실현하는 복합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민사회를 위한 전향적인 첫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국토교통부의 이번 휴게소 운영체계 개편은 단순한 영업 방식의 수정을 넘어, 공공 자산의 주인인 국민에게 그 권리를 온전히 돌려주는 '시민사회를 위한 진정한 혁신'이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대립과 갈등을 키우기보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중심에 두고 제도적 안착을 도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연내 시범 운영되는 8곳의 휴게소를 시작으로, 전국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가 ESG 경영의 모범적인 실천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 불합리한 구조를 과감히 혁파하고 상생과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이번 다짐이 민생 경제를 살리고 우리 시민사회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지속가능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 시사 단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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